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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상법 보험편 개정안에 관한 의견 -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제도의 실효성 확보와 관련하여 - (법률신문 2009. 1. 12.자)

박기억 2018/10/16 조회 924


[연구논단] 상법 보험편 개정안에 관한 의견 (법률신문 2009. 1. 12.)

 

법률신문 2009. 1. 12.자 연구논단에 게제된 내용임.

    

 

상법 보험편 개정안에 관한 의견

 

- 약관의 명시·설명의무제도의 실효성 확보와 관련하여 -

 

박기억 변호사

 

1. 서론

 

상법 보험편은 1991년에 전면적으로 개정된 이래 2008년도에 다시 개정안이 마련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위 개정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 등이 부지불식간에 보험계약을 해지당하거나 보험자 면책조항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불이익을 입게 될 조항과 관련하여 재검토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수입 보험료액을 기준으로 세계 10위 내의 규모를 자랑할 정도로 커졌고, 또한 국민 누구나 보험 한 두 개 정도 가입하지 아니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험은 이제 일반 국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에 따라 보험에 관한 문외한인 일반 국민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어느 법률 못지않게 중대하다 하겠다.

 

상법은 보험자를 위해서는 고지의무 규정(상법 제651) 등을 두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이를 불이행한 경우에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험사업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보험계약자를 위하여는 상법 제638조의 3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서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어 보험자가 약관설명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그 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하에서는 약관의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상법 보험편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2. 약관설명의무제도의 도입 근거 및 중요성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알려 주어야 한다(상법 제6382 1). 약관규제법 제3조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보험자에게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11.27. 선고 9832564 판결).

 

즉 약관설명의무는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는 의의를 가지는 것인데(정호열, ‘약관 명시설명의무와 고지의무의 관계’, 이십일세기 상사법의 전개, 하촌 정동윤 선생 화갑기념, 법문사, 1999, 585면 참조), 보험계약은 대부분 보험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보험약관에 기하여 체결된다는 점에서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는 보험에 관한 문외한인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매우 필요하고도 중요한 제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3.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령에 정해진 내용

 

그런데, 대법원은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보험사업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어(대법원 1999. 9.7. 선고 9819240 판결 등), ‘법령에 정해진 내용에 관하여는 이를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아무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이어서 보험계약자에게 중요한 약관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법령에 이미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이는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고,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라야 비로소 그 내용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어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자로부터 이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피보험자동차의 양도에 관하여 서면에 의한 통지의무를 이행하여야만 보험계약이 승계될 수 있도록 규정한 자동차보험약관에 관하여, 대법원은 원래 위 보험약관은 설명의무의 대상으로서 보험자가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이를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대법원 1994. 10.14. 선고 9417970 판결 참조),

 

위 보험약관의 내용이 상법 개정을 통하여 자동차의 양도’(726조의 4)라는 제목으로 상법 보험편에 신설되자(1991. 12.31. 신설, 1993. 1.1. 시행) 대법원은 종전 입장을 바꾸어 위 보험약관은 상법 규정을 풀어서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거래상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개별적인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위 보험약관에 관하여 보험자의 개별적인 명시·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기에 이르렀다(대법원 2007. 4.27. 선고 200687453 판결).

 

위 사안 이외에도 화재보험약관에서 피보험 건물의 증·개축 등과 관련된 사항에 관한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보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약관조항에 관하여 이는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이미 정하여 놓은 통지의무를 화재보험에서 구체적으로 부연한 정도의 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대법원 2000. 7.4. 선고 9862909, 62916 판결),

 

또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 체결 후 피보험자동차의 구조변경 등의 중요한 사항에 변동이 있을 때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지체없이 이를 보험자에게 통지할 의무를 규정한 약관에 관하여 이는 상법 제652조에서 이미 정하여 놓은 통지의무를 자동차보험에서 구체적으로 부연한 정도의 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대법원 1998. 11.27. 선고 9832564 판결) 위 각 보험약관에 대하여는 보험자에게 별도의 설명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따라서 보험약관의 내용이 이미 법령에 규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시 그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 줄 필요조차 없게 되는 반면, 보험에 관하여 문외한인 보험계약자는 아무런 내용도 모른 채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을 해지 당하거나 보험자 면책조항으로 인하여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바,

 

결국 어떤 내용을 법령에 규정할 것인지 여부는 보험계약자 보호의 견지에서 매우 신중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험에 관한 어떤 내용을 둘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일 경우에는 우선 그 내용을 법률이 아닌 보험약관에 둠으로써 최소한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여 그 내용을 알게 한 후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 공평할 것임은 보험자는 보험전문가이고 보험계약자는 대부분 보험에 관하여 문외한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보험약관을 법령에 규정하려면 보험자가 더 이상 그러한 약관내용에 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약관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인 내용이 되어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개별적인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 된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다.

    

 

4.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과 개정안의 문제점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에 관하여 대법원은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을 들고 있고(대법원 2000. 5.30. 선고 9966236 판결 등 참조), 학자들은 대체로 보험금의 지급사유, 보험자의 면책사유,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지는 의무와 그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에 받을 불이익, 보험계약의 해지사유, 보험자의 책임개시시기 등을 들고 있다(양승규,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위반과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위반의 효과’, 저스티스 292, 1996. 9. 137).

 

판례나 학설에 의할 경우 보험계약 해지사유나 보험자 면책사유를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보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이에 따르면, 개정안 중에서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사항은

고지의무위반 등과 인과관계 없는 보험사고의 경우 보험자의 계약해지권을 인정하는 규정(안 제655),

사기에 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은 이를 무효로 하고,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때까지의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안 제655조의 2),

 

사기에 의한 보험금의 청구시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규정과 보험계약자 등이 사기의 목적으로 손해의 통지 또는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면에 거짓된 사실을 기재하는 행위 등을 하여 보험금의 지급 여부 또는 그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때에 보험자로 하여금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규정(657조의 2),

 

둘 이상의 보험계약 체결시 다른 보험계약의 보험자와 보험금을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불이행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안제672조의 2),

 

보험목적의 양도시 통지의무를 불이행한 경우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또한 일정한 요건 하에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한 규정(안 제679),

 

손해방지의무 위반시 증가된 손해에 관하여 면책되도록 한 규정(안 제680),

 

책임보험 피보험자의 사고통지의무 위반시 증가된 손해에 대하여는 면책되도록 하는 규정(안 제722),

 

다른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자 및 보험금에 관한 고지의무 불이행시 보험계약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안 제732조의 3,

 

상해보험의 경우 생명보험과는 달리 면책사유를 추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안 제737조의 2),

 

질병보험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받아야 할 치료를 고의로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하는 규정(안 제7393)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개정안의 문제점은 바로 위와 같이 보험계약 해지나 보험자 면책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험약관에 두어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그래야 보험계약자를 최소한으로나마 보호하는 것이 될 것이고 또한 공평할 것임),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법률(상법 보험편)로 위와 같은 사항을 둔 점에 있다고 하겠다.

 

 

5. 결론

 

따라서 상법 보험편 개정안은 보험계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약관설명의무를 무력화시키는 규정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개정안은 이를 모두 삭제하고 그러한 규정을 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보험약관에 두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는 방법이 될 것이다.

 

보험에 관한 입법은 보험자는 보험전문가이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는 보험에 관한 한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양자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보험계약자에게 많은 의무를 지우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자로 하여금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것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무지를 이용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을 입법함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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