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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단] 상법 제729조 단서의 해석 (법률신문 2003. 1. 2.자)

박기억 2018/10/16 조회 833

박 기 억 변호사(서울)〉  - 법률신문 2003. 1. 2.14-

 

1. 문제의 제기

 

상법은 인보험에 관한 통칙 규정인 상법 제729조에서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긴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지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해보험계약의 경우에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그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상법 제729조 본문은 인보험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보험자대위를 금지하면서 그 단서에서는 상해보험계약의 경우에 관하여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위 상법 제729조 단서조항을 문리해석하면 '모든 상해보험계약'의 경우에 당사자간의 다른 약정이 있으면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그와 같이 해석하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9. 7. 선고 200021833 판결)와 학자채이식, 상법강의(), 박영사, 1992, 638면은 '개정상법하에서는 손해보험적 상해보험이 아니더라도 당사자는 특약에 의해 보험자대위권이 있는 것으로 정할 수 있고'라고 설명하고 있다도 있다. 과연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 문제이다. 이 문제는 보험자대위가 허용되는 근거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위 단서조항의 입법경위와 입법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보험자대위의 근거

 

보험사고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그 보험사고의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하여는 보험금청구권을, 3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이 경우에 보험자가 제3자에 앞서 피보험자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그 보험자는 피보험자를 대위하여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게 되는데 그 근거에 관하여는, 손해보험의 손해보상계약성에서 찾는 입장과 정책적인 견지에서 찾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 손해보상계약성에서 찾는 입장(절대설)

 

이 견해는 손해보험계약은 일종의 손해보상계약으로서 보험사고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어떤 이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손해의 보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보험자대위는 실손해의 전보라는 손해보험계약의 본질상 보험사고로 피보험자에게 이중의 이득을 주지 않으려는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는 입장으로서 우리나라의 통설(김성태, 보험법강론, 법문사, 2001, 441; 최기원, 보험법, 박영사, 1998, 290)이며 판례(대법원 1990. 2. 9. 선고 89다카21965 판결 등)이다. 이 견해를 이득방지설 또는 손해보상계약설, 절대설이라고도 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모든 상해보험계약'에 관하여 보험자대위가 허용될 수는 없고, 상해보험계약 중 손해보험적 성질을 갖는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한다. 또한 상법 제729조는 당연한 규정이고 강행규정으로 보게 된다.

 

. 정책적인 관점에서 찾는 입장(상대설)

 

이 견해는 피보험자로 하여금 이득을 얻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손해보험계약의 법적 성질에서 오는 논리적인 요청이 아니고,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에 의한 보험사고의 유발이나 도박 등의 부정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인정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로서(양승규, 보험법, 삼지원, 1998, 235) 정책설 또는 상대설이라고도 한다. 이 견해는 그 근거로, 우리 상법이 기평가보험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피보험자가 실손해액 이상을 지급받는 것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점, 손해보험에서도 신가보험을 인정하고 있는 점, 인보험에서도 보험자대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상해보험계약의 경우 약관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거나(상법 제729) 또는 국민건강보험(구 의료보험)의 경우 이를 허용하는 점(국민건강보험법 제53) 등을 들고 있다. 이 견해에 의하면 보험자대위의 허용여부는 정책적으로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손해보험적 성질을 가진 상해보험계약에 한하여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해석하지 아니하고 '모든 상해보험계약'의 경우에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 학설의 검토

 

위 견해 중 정책설은 단순히 정책적인 견지에서 보험자대위가 인정된다는 것은 이론적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인보험 특히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는 보험자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양 권리의 중첩적 행사를 허용하는데 이 경우는 왜 공서정책이나 보험정책적인 견지에 반하지 아니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또한 우리 상법은 이미 평가된 보험가액에 따라 보상하는 기평가보험(상법 제670)이나, 보험사고시 신품가액을 보상하는 이른바 신가보험(상법 제676조 단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손해보험의 실손전보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 것에 불과할 뿐이고, 이득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실손전보원칙의 예외와 실손전보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인보험 중 손해보험적 성질이 없는 정액보험에 관하여는 실손전보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상법이 상해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자대위를 허용한 것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손해보험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상해보험계약에 한하는 것이므로 이 점은 오히려 손해보상계약설의 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에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점에 관하여도 이는 보험급여가 손해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경우이어서 보험자대위를 허용한 것이므로(김성태, 전게서, 440) 실손전보원칙에 충실한 것이지 정책설의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산재보험(동법 제54조 제1)도 마찬가지이다.

 

생각건대 보험자대위제도의 근거를 손해보험계약의 손해보상계약성에서 찾는 통설·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본다. 손해보험계약은 보험사고로 생길 재산상의 실손해의 전보를 그 목적으로 한다(상법 제665조 참조). 실손해보상의 원칙 또는 이득금지의 원칙은 근대손해보험법의 대원칙이고 절대적인 강행법적 원리이다(이범찬·최준선, 상법() 3, 삼영사, 2001, 542; 양승규, 전게서, 191면 참조). 따라서 손해보험계약의 손해보상성은 절대적인 요소라 할 수 있고(양승규, 전게서, 191), 그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보험자대위가 허용되는 것이라고 함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볼 때 상해보험계약에 있어서의 보험자대위는 치료비 등 실손해를 전보해 주는 '손해보험적 성질을 갖는 상해보험계약'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3. 상법 제729조 단서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

 

. 입법경위 

종래 손해보험에 대하여는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면서(상법 제682) 인보험에 대하여는 전면적으로 보험자대위를 부정(개정전 상법 제729)하고 있었다. 이는 바로 모든 인보험이 정액보험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해보험은 모두 정액보험으로만 영위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손해·비용에 맞추어 이루어진 손해보험으로서 영위되는 것도 있다는 점에서(예컨대, 상해로 말미암아 소요되는 의료비와 약품대를 지급하는 경우), 그러한 상해보험에 관하여는 보험자대위를 허용하여야 할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따라서 상법 제729조 또는 상법 제739조의 태도는 입법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양승규, 보험자대위에 관한 연구, 삼영사, 1975, 37; 정희철, 상법학원론(), 박영사, 1980, 131; 서돈각, 상법강의(), 법문사, 1981, 306; 정무동, 상법강의(), 박영사, 1982, 126면 참조). 이에 따라 1991. 12. 31. 상법 제729조에 단서를 신설하게 된 것이다.

 

. 입법취지 

상법 제729조 단서를 신설할 당시 상법 개정 보험실무소위원회와 보험전체소위원회에서는 위 단서조항이 상해로 인한 사망과 같은 정액보험에 대하여도 적용되는가에 관하여 심도있게 토론하였다. 당시 위 단서조항에 다시 단서를 두어 정액보험을 제외한다는 취지의 문구나 "상해사망의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문제까지 논의하였으나 그에 이르지는 아니하고, 약관에 규정이 있을 경우 치료비 등 실비보상에 한정하여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상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회의록() 보험·해상편, 법무부 법무실, 1990, 211, 403404, 407408, 584, 593594, 596면 참조 ; 위 회의록(), 137면 각 참조.

  

4.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험자대위의 근거에 관하여 손해보상계약설(절대설)을 취하는 통설·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상해보험계약 중에서 상해로 인한 사망과 같은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보험자대위제도가 적용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또한 위 단서조항의 입법경위 및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상법 제729조 단서는 손해보험의 성질을 가진 상해보험계약에 관하여 (예컨대, 치료비 등 실비를 보상해 주는 상해보험계약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한 보험자대위를 허용한 것이고 해석함이 타당하다통설이다. 김성태, 전게서, 810; 정동윤, 상법(), 법문사, 2000, 677; 이범찬·최준선, 전게서, 666; 정찬형, 상법강의(하), 박영사, 2002, 687; 이주흥, 전게서, 586; 최기원, 전게서, 579; 주석 상법 ()(보험), 한국사법행정학회, 2001, 723. 따라서 상법 제729조 단서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위 대법원 판결은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입법론으로는 상법 제729조 단서조항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보험실무소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대로 상해보험계약 중 정액보험에 관하여는 보험자대위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명문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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