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2다268139 판결
단체보험에서 보험수익자인 회사와 망인의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누가 진정한 채권자인지 과실없이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공탁(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하였다면, 망인의 법정상속인은 어떤 방법으로 공탁금을 직접 찾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채권을 양도할 것을 명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판시함.
이 사건은 망인(근로자)의 법정상속인이 단체보험의 보험수익자가 아님에도 공탁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는 법리를 대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임.
<사안의 개요>
(1) 이 사건은 ‘업무외 재해’에 관한 사건이다.
(2) 이 사건은 근로자의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근로자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회사인 사건이다.
(3) 이 사건은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사용자 대표 3명과 근로자 대표 3명이, 복지제도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다는 점, 수익자는 회사로 하고, 보험사로부터 지급되는 보험금은 회사지원 위로금 용도로 사용한다는 규약(회사는 지급받은 보험금 중 50%를 피보험자에게 지급한다고 작성)을 작성해 둔 사건이다.
(4) 근로자인 망인은 퇴근 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에 치여 사망하였는데(업무외 재해), 회사는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에게 망인의 사망보험금 중 50%만 위로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이에 법정상속인 4명 중 2명은 회사와 그대로 합의하고, 나머지 2명은 회사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사망보험금 전액을 요구하였다.
(5) 보험사는 망인의 법정상속인 중 2명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금 청구권자가 망인의 법정상속인인지 회사인지 과실 없이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위 법정상속인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공탁하였다(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
(6) 이에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은 공탁금출급청구권이 상속인들에게 있다는 이유로 회사(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판결> : 원고 패소
(1) 이 사건의 특징은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망인의 상속인들(원고)과 회사(피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보험금을 공탁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법리로 청구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사건이다.
(2) 이에 이 사건 보험사고는 ‘업무외 재해’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은 종국적으로 망인의 상속인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대법원 1999. 5. 25. 선고 98다59613 판결 등 참조),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원고에게 있음을 확인한다’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를 구성하였다.
(3) 그러나, 법원은 채무자가 누가 진정한 채권자인지를 알 수 없어 상대적 불확지의 변제공탁을 하여 피공탁자 중 1인이 다른 피공탁자들을 상대로 자기에게 공탁금 출급청구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한 경우에, 피공탁자들 사이에서 누가 진정한 채권자로서 공탁금 출급청구권을 가지는지는 피공탁자들과 공탁자인 채무자 사이의 법률관계에서 누가 본래의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진정한 채권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6다27004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수익자는 회사(피고)이므로 피고가 공탁자인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제2심 판결> 원고 승소 : 사망보험금은 전액 유족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취지
(1) 원고는 항소심에서 원고가 구사할 수 있는 법리를 모두 동원하여, ① 공탁금 출급청구권을 원고들에게 양도하고 양도 통지를 하라는 청구와 ② 원고들이 보험금의 실질적인 귀속자임을 이유로 공탁금 청구권이 원고들에게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청구를 선택적으로 구하는 내용으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변경하였다.
(2) 그러자 법원은 채권양도와 양도통지의 법리를 채택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고, 나머지 각 선택적 청구는 모두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3) 제2심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 사건 공탁금에 대한 출급청구권 자체는 피고에게 있다.
- 이 사건 규약은 업무상 재해와 업무외 재해를 구분하지 아니하여 망인이 자신에게 업무상 재해가 아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회사가 보험금을 수령하여 보유하는 것을 용인할 의도로 이 사건 규약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보험사고가 망인의 업무와 관련 없이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보험사으로부터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경우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그 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설령 이 사건 규약에 따라 피고가 근로자의 재해로 인한 보험금 수령 시 피보험자에게 수령한 보험금 중 50%만을 지급하는 것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업무외 재해로 인한 보험사고 발생 시에도 회사가 보험금을 수령․보유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규약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규약은 업무상 재해와 업무외 재해를 구반하고 있지 아니하여 망인이 자신에게 업무상 재해가 아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피고고 보험금을 수령하여 보유하는 것을 용인할 의도로 이 사건 규약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망인의 업무외 재해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피고가 보험금을 받아 50%를 보유하는 것을 망인에게 설명하였다거나, 이에 대하여 망인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피고는 보험수익자로 이 사건 공탁금에 대한 출급청구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나, 이를 수령하여 그대로 원고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 공탁금 출급청구권처럼 다른 사람의 별도 행위 없이 스스로 언제든 이를 행사하여 변제금을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한 때에는 변제금을 수령한 경우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수령액의 즉시 지급에 갈음하여 그 권리 자체를 원고들에게 그대로 양도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된다. 이와 달리 피고가 공탁금을 현실로 수령한 경우에 한하여 그 수령액만을 반환할 의무가 있을 뿐 그 수령 전에는 원고들이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하게 되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반환하게 될 공탁금을 아예 수령하지 않을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전액을 원고들에게 지급할 것을 기대하여 어려워 원고들이 보험금 상당액을 전액 지급받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별개의 소송을 제기하여야 할 것인데,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실질적인 보험수익자인 원고들의 권리구제나 소송경제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공탁금 출급청구권을 양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공탁금 중 각 상속지분에 따라 출급청구권의 양도를 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11. 선고 2021나99760 판결).
- 이에 대하여 회사(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제3심 판결> 원고 승소 : 상고 기각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는 ◌◌생명보험 주식회사로부터 원심 판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경우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 그 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의 청구에는 원심 판시 이 사건 공탁금 출급청구권의 양도를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으나,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이로써 소송을 제기한 망인의 법정상속인들은 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받게 되었다.
<간단 논평>
근로자가 업무외 재해로 사망하였는데 보험수익자가 회사인 경우, 그 동안 망인의 법정상속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직접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법리가 확립되지 않아 하급심 판결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이러한 혼선은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보험수익자인 회사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채권자 불확지 변제공탁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생기는데, 이번에 대법원이 채권양도 방식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하나의 법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이제 망인의 법정상속인은 수익자(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보험사나 보험금이 공탁된 법원에 보험금 내지 공탁금의 출급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망인의 법정상속인이 회사의 횡포에서 벗어나 보험금 청구권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큰 진전을 이룬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