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7개월 법정다툼 끝 보험금 2,655만원에서 2억8,000만원으로
의료자문 불투명한 절차 분쟁 가능성 높여… 보험사에 '양날의 칼'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제3의 자문기구 필요" 목소리도
[백세경제=임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의료자문의 의견을 근거로 보험금을 축소 지급하려다 최근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보험사들의 의료자문 행태가 다시금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화재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따라 A씨에게 판결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합한 2억8,000만원을 지급한 후 곧바로 항소했다. 그리고 1년3개월 뒤인 2025년 7월 삼성화재가 법원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간의 과정과 쟁점을 들여다 봤다.
■ 과정은
자동차 사고는 지난 2019년 11월 발생했다. A씨는 사고 직전인 10월 자동차상해특약을 포함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삼성화재와 체결한 상태였다. 사고로 A씨는 우측 슬관절 후방 십자인대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고, 2021년 3월 후유장애진단 판정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청구했고, 삼성화재는 자문의 의료자문을 거쳐 2,655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2021년 12월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3억3,139만원이었다. 2년4개월의 재판 끝에 2024년 4월 법원은 "삼성화재가 A씨에게 2억5,09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1심 판결을 내렸다. 소송 기간동안 보험금 지급이 지연된 만큼 연 5~12%의 지연손해금도 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삼성화재는 1심 판결에 따라 A씨에게 판결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합한 2억8,000만원을 지급한 후 곧바로 항소했다. 그리고 1년여 뒤인 2025년 7월 삼성화재가 법원에 항소취하서를 제출해 사건은 마무리됐다.
■ 쟁점은
이번 다툼에서의 쟁점은 노동능력상실률이었다. 삼성화재는 후유장애로 인한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9.48%라고 주장한 반면, A씨는 29%라고 맞받았다. 양측 주장에 차이가 컸던 것은 삼성화재 자문의가 A씨의 진료기록 등으로 노동능력상실률을 판단하면서 맥브라이드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맥브라이드표는 신체부위별, 작업별로 노동능력상실률을 백분율로 평가하는 기준표다.
A씨를 대리해 재판에 참여한 박기억 변호사는 "일반적인 예후에 의하면 예상되는 장해는 맥브라이드표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의 3분의 1이라고 자문의가 자문해 주었고, 삼성화재가 이에 따라 보험금을 산출했기 때문"에 양측 의견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노동능력상실률의 3분의 1만 인정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체감정의, 즉 법원이 직접 감정촉탁을 의뢰한 의사는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29%로 계산해 재판부가 삼성화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근거가 됐다.
■ 입장은
삼성화재가 갑자기 항소취하서를 제출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삼성화재가 항소이유로 삼은, 신체감정 관련 2개 쟁점이 사실조회 결과 인용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때문에 그대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 삼성화재는 많게는 8,000만원의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해야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는 공식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자문의 의료자문부터 소송까지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등의 권고에 따라 2021년 8월 이후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고, 절차와 기준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내용은 사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 대안은
보험사 의료자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크다. 불투명한 절차 탓이다. 자문의의 이름이나 소속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험사가 자문의에게 어떤 자료를 제공했는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조차 보험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구조다보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르는 자문서 탓에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상황에서는 이번 사례처럼 분쟁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삼성화재가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을 실시한 비율은 0.12%에 불과하다. 나머지 16개 손보사도 의료자문 실시율이 0.01~0.42%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의료자문 실시 후 보험금을 지급하는 않은 비율은 삼성화재 3.56%로 업계 하위권이다. 이처럼 사례는 적지만, 분쟁 가능성은 높은 만큼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해보험사 입장에서는 의료자문 관련 민원과 분쟁 비용을 줄일 유인이 크다.
그러나 의료자문 제도를 대체할 이렇다할 대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의료자문 실명제 법안이 20대 국회 만료로 자동폐기되면서 빛을 보지 못했고, 주치의 소견 책임심사제도는 운영과정에서 한계점을 노출하며 지난해 국정감사의 이슈가 됐다. 주치의 소견 책임심사제도는 주치의 상세소견을 근거로 의료자문을 생략하는 제도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의료자문 실명제가 재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쟁예방 모범사례로 보험업계가 도입에 적극성을 보였던 주치의 소견 책임심사제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한편, 의료인 등이 나서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제3의 자문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지금은
당장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변호사나 손해사정사 등 우선은 전문가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의료자문 실시요건에 해당하는지, 자문의에게 전달되는 질문지와 자료가 객관적인지 등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선제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기사 링크 : https://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