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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사례

[암진단비 특약][고지의무위반] 작성자를 지운 의료자문회신, 이를 증거로 쓸 수 있을까.

박기억 2025/03/12 조회 960

폐경기 호르몬제인 듀아비브복용 사실을 불고지하였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였지만, 위 약물 투약과 유방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명한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7. 선고 2024가단5203788 판결(확정)


보험회사가 제출한 의료자문회신의 기재는 작성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아 불명료하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약물 투약과 이 사건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본 사례임.

 

[사안의 개요]

 

(1) 원고는 보험사인 피고와 자신을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 하여 암진단비 특약이 포함된 건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보험 가입 후 16개월 정도 지난 무렵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 절제 수술을 받게 되었다.


(3) 이에 원고는 보험사(피고)에게 암진단비와 수술비의 지급을 구하는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보험사는 원고가 보험 가입 전 산부인과에서 여성호르몬제인 리비알듀아비브를 처방받아 복용하였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지의무위반이라면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4) 이에 원고는 보험사를 상대로 암진단비와 암 수술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쟁점1] 고지의무위반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 보험사가 투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약물은 여성 호르몬제인 리비알듀아비브인데(‘리비알5년 전에 복용한 것이어서 고지대상에서 제외), 위 약물들은 원고(50대 초반, 여성)가 사업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 비타민 주사의 일종인 소위 칵테일 주사를 맞기 위해 산부인과에 갔다가 폐경 이후의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원장의 추천으로 2년 여 동안 복용하게 된 것일 뿐 원고에게 어떤 질병이 있어 이를 복용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불고지하였다고 고지의무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 ‘듀아비브는 폐경 이후 갱년기 여성들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의약품이어서 보험사가 이를 안다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어, 이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

- 원고는 계약전 알릴의무사항을 전혀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고지하고, 다만 많은 체크 사항 중에서 최근 5년 이내의 투약 사실 부분에는 표시를 하지 아니한 것인데, 이는 원고의 실수라고 볼 수 있을 뿐이고 원고가 이를 굳이 숨길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설령 고지의무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점에 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법원 판단 (= 고지의무위반에 해당)


- ‘리비알정의 투약 사실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청약 및 체결일로부터 5년 이전에 있었던 것으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약물(듀아비브정)30일 이상 계속적인 투약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 원고는 2년 여 동안 240일 간의 처방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문항에 대하여 이 사건 약물의 5년 내 30일 이상 계속적인 투약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원고에게는 고지의무를 위반함에 있어 고의가 있거나 또는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따라서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중요한 사항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이 사건 해지 통보는 적법하다.

 

[쟁점2]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1) 피고 주장의 요지


- 대법원은 고지의무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으므로, 만일 그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규지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상법 제655조 단서를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91405 판결 등 참조).

- 원고의 경우 폐경 관련 증상으로 호르몬치료제인 듀아비브를 3년 여간 처방받아 복용하였는데, 여성호르몬제 복용 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의료자문회신 및 학계 논문과 기사를 통해서 기성사실로 확인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고지의무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2) 원고의 반박 요지


- 원칙적으로 고지의무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으나, 증명책임의 소재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33089 판결 등 참조).

- 그러나, 이 사건 보통약관 제14조 제5항은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증명책임의 소재에 관하여 당사자 간에 특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3) 법원 판단 (= 증명책임의 소재는 피고)

 

- 상법 제655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라도 보험자가 상법 제651조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였을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고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고, 상법 제655조 규정이 강행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입증책임의 소재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특약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특약에 따라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33089 판결 참조),

-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쟁점3] 작성자를 지운 의료자문회신의 진정 성립 관련

 

(1) 원고의 주장 :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가 불고지하였거나 불실고지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에는 상법 제655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위 불실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데(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91405,9141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폐경 호르몬 치료제인 듀아비브투약은 그것이 원고의 보험사고(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2) 피고의 반박 : 원고가 고지하지 아니한 장기간의 호르몬요법 시행은 유방암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의료자문회신 등으로 보아 원고의 호르몬제 투약과 원고의 유방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므로 암진단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3) 원고의 재반박(1) : 국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게시하는 듀아비브정에 대한 의약품상세정보에 따르면, 듀아비브정 복용과 유방암 발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거나 유방암에 대한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으므로,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유방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4) 원고의 재반박(2) : 피고가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증거로 제출한 의료자문회신은 작성자가 지워져 있어 누가 작성하였는지 알 수 없으므로 그 진정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증거 인부는 부지’).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236378 판결 제시!!


(5) 이에 대한 피고의 반박 : 의료자문회신서에서 작성자를 지운 이유는 의사에게 항의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구두 진술).


(6) 법원 판단 : 의료자문회신의 기재는 작성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아 불명료하고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으므로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약물 투약과 이 사건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236378 판결 참조).


이 사건 약물 투약이 이 사건 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에 부합하는 임상 보고가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 또한 폐경기 여성호르몬 조절제와 유방암 발생 사이에 일반적인 인과관계에 관한 내용에 불과한 점, 국내에서 이 사건 약물을 투약한 6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판 후 조사 결과, 유방암 발생은 인과관계와 상관없는 중대한 이상 사례로서 단 1건에 불과하였던 점, 원고는 산부인과의원에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이 사건 약물을 투약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지의무위반과 이 사건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

 

[간단 논평]

 

이 사건은 작성자가 지워진 의료자문회신서가 소송에서 증거로 남발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서증은 문서에 표현된 작성자의 의사를 증거자료로 하여 요증사실을 증명하려는 증거방법이므로 우선 그 문서가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임이 밝혀져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이를 증거로 쓸 수 없으며, 그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된 다음 비로소 작성자의 의사가 요증사실의 증거로서 얼마나 유용하느냐에 관한 실질적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2022488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작성자가 지워진 의료자문회신서는 누가 작성하였는지 알 수 없어 그 문서가 작성자로 주장되는 자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임을 밝힐 수가 없다. 즉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다행히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236378 판결을 찾아 이를 제시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었는데, 작성자가 지워진 의료자문회신서가 서증으로 자주 등장하는 현실에서 그러한 의료자문회신서는 진정 성립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받았다는 점, 의사 이름을 지운 채 의료자문회신을 증거로 제출하는 보험사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서증은 누가 작성하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작성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신빙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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