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5. 20. 선고 2023가단218197 판결
(사례의 요지) 보험가입 방법 중 약사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제도인 ‘파마슈랑스’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약사들이 보험에 가입하면 나중에 해약을 하더라도 은행에 저축을 할 경우의 이자보다 파마슈랑스 이용 시 7%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전국의 많은 약사들이 보험설계사들의 위와 같은 설명을 믿고 보험에 가입하였다가 페이백(Pay-back)을 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고, 이에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손해 전액을 지급하라는 승소판결을 받은 사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외부 보험설계사 조직을 영입하여 ‘파마슈랑스’ 영업 개시]
(1) 법인보험대리점(GA) 대표 A는 보험설계사 조직을 이끌던 보험설계사 B(지점장)를 영입하여 보험영업을 하게 하였는데, B는 그 동안 자신과 함께 보험영업을 하던 보험설계사들로 팀을 꾸렸다.
(2) 당시 일부 생명보험사는 ‘파마슈랑스’라는 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이는 약사가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보험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으므로 중도에 보험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파마슈랑스(Pharmasurance)는 약국이나 약학을 뜻하는 Pharmacy와 보험을 뚯하는Insurance의 합성어이다. 그러기에 일부 생명보험사는 약사회의 공식 행사에 참여하여, ‘파마슈랑스’는 “약사만을 위한 페이백(Pay-back) 시스템”이라거나 “약사만을 위한 보험가입 전용 시스템”, “약사가 보험설계사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라고 홍보하였다.
(3) 이에 B는 보험설계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약사에게도 ‘파마슈랑스’ 제도와 유사하게 보험설계사 몫의 수수료 중 90% 정도를 지급함으로써 2년 후 보험계약을 해지해도 6~7% 정도의 이자가 생기는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영업 제안서를 마련하였다. B는 위 제안서를 GA 대표(A)에게 보내 이는 23개월 지원시 고객납입 금액에 대해 책임지는 플랜이라고 설명하였고, 이어서 B는 GA 대표로부터 위 제안서에 대해 승인을 받고 계속 보고해 달라는 지시도 받았다.
(4) B는 보험설계사인 팀원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약국을 찾아다니면서 약사들에게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2년간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납입하면 보험료의 약 50%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금 명목(페이백)으로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함으로써 보험계약자가 위 기간이 경과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 6~7%의 이자를 지급받는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대적으로 보험(종신보험)을 모집하였다.
(5) 그리고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보험에 가입한 약사들에게 매월 납입한 보험료의 50% 가량을 지원금 명목으로 입금해 주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보험모집 방식이 보험업법 제98조가 정한 특별이익의 제공 금지 규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서 조사에 들어가자 GA 대표(A)는 약사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페이백)을 중단하였다. 그러자 보험설계사들의 지원금 약속을 믿고 보험에 가입한 약사들이 항의와 함께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법인보험대리점(GA)은 지점장 B와 그 팀원들, 그리고 약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하였으나 모두 패소]
(1) 그러자 GA 대표는 GA 명의로 위와 같은 보험영업을 이끌던 지점인 B와 그 팀원들인 보험설계사, 그리고 보험계약자인 약사들을 상대로 서울과 부산 등 여러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B와 그 팀원들이 약사들과 공모하여 납부한 보험료 일부를 반환받는 방식으로 수수료 명목의 돈을 편취하여 분배받음으로써 GA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였다.
(2 자신이 속한 보험대리점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B와 보험설계사들은, 위와 같은 ‘파마슈랑스’ 방식의 보험모집이 모두 GA 대표(A)의 승인을 받음은 물론 GA 대표가 본부장까지 개입시켜 약사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내역도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있었던 것이어서 자신들이 약사들과 공모하여 GA에게 손해를 입힌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그러면서 GA 대표와 B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자 GA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패소하였다.
이는 결국 GA 대표가 ‘파마슈랑스’ 방식의 보험모집이 문제 되자 그로 인한 책임을 면해보고자 모든 책임을 소속 보험설계사와 보험계약자들에게 전가하려고 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패한 것이다.
[일부 약사들의 반소 제기, 그러나 모두 패소]
일부 약사들은 GA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반소로, 지원금 지급약정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 등을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모두 패소하였다(최소 4건).
[일부 의사의 GA와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파마슈랑스 방식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약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 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해당 의사도 이 사건 GA와 그 대표인 A, 그리고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나, GA를 상대로만 승소하고, 나머지는 패소하고 말았다.
[이 사건 약사 4명(원고들)이 GA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이 사건 보험 가입으로 인한 손해에 관하여 GA와 보험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고, 이에 약사 4명(원고들)은 어쩔 수 없이 GA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GA는 파산하고, 남은 배상책임 주체는 보험사뿐]
이 사건 법인보험대리점(GA)은 소송이 진행 중 법원에 간이회생절차를 신청하여 간이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으나, 회생계획의 수행이 불가능하고 지급불능 내지 채무초과의 파산원인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의해 직권으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에 원고들은 GA를 상대로는 채권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GA를 상대로 제기한 소를 취하하였다. 남은 것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한손해배상청구소송뿐.
[원고들의 소송 제기 : 주장의 요지]
(1) GA와 그 소속 보험설계사들이 원고들로부터 보험을 모집하면서 원고들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보험사는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2) 보험설계사 자격이 없는 원고들은 파마슈랑스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데도 B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은 파마슈랑스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는 사기에 의한 계약체결로서 원고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은 취소하고, 따라서 피고 보험사들은 원고들이 입은 손해액에 상당하는 부당이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3) B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은 파마슈랑스 방식으로 보험을 모집함에 있어 그 방식의 특성과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명확히 설명하였어야 함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렸다. 따라서 피고 보험사들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피고 보험사들의 반박 요지]
피고 보험사에게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험설계사의 불법행위가 보험모집에 관한 것이거나, 외관성 보험모집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보험설계사들의 행위는 보험모집에 관한 것이 아니며, 외관상으로도 보험모집과 관련성이 없다.
설령 외관성 보험모집 관련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보험모집인들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원고들에게 고의, 중과실이 있으므로 피고들은 보험업법상의 책임이 없음은 물론 원고들은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다.
[법원 판단]
(1) B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이 파마슈랑스를 들먹이면서 자신들이 받게 될 보험모집수수료 대부분을 원고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보험을 모집한 것은 보험업법 제98조 제1항이 금지하고 있는 특별이익의 제공에 해당한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파마슈랑스가 적용되지 않음에도 이것이 적용되는 것처럼 원고들에게 보험상품을 설명함으로써 원고들이 안정적으로 지원금을 수취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케 하였고, 사망 보장 및 종신보험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하고 7%의 이자를 주는 저축상품인 것처럼 설명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린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GA와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이러한 불법적인 영업방식 등으로 매월 상당한 액수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아직까지 상당 부분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 보험사는 B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의 행위는 보험모집에 관한 것이 아니고, 외관상으로도 보험모집에 관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피고들이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보험설계사들의 행위는 명백히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모집과 관련하여 행해진 것으로서 피고 보험사의 이 부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3) 또한 피고들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에게 고의, 중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원고들이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증거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B를 비롯한 보험설계사들이 특별 프로모션(판촉) 프로그램인 것처럼 파마슈랑스를 홍보하였고 보험과 법률에 관한 지식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원고들이 보험모집인들의 이러한 설명을 그대로 믿었을 뿐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불법성을 충분히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면책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간단 논평]
수년 전 전국적으로 약사들을 상대로 파마슈랑스를 내세워 보험영업이 이루어졌고, 많은 약사들이 피해를 입었다. 일부는 민원제기로 구제받기도 하고 일부는 포기하였고, 일부는 GA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보험사를 상대로 승소판결을 받은 사건은 이 사건이 유일하다. GA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대부분 보험계약자인 약사들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사용자책임이나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보험계약자인 약사들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인데, 보험설계사들이 약사들을 위해 나온 ‘파마슈랑스’ 방식을 내세우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점, 그리고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의 손해배상책임이 보험회사로 하여금 무과실책임에 가까운 손해배상책임을 지움으로써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자의 중대한 과실은 ‘행위 당시의 제반사정’을 기준으로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약사들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이러한 경우에 약사들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다면 보험사로 하여금 무과실책임에 가까운 손해배상책임을 지움으로써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보험계약자는 보험에 관한 한 문외한이고 따라서 보호받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