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6. 10. 선고 2024나76616 판결, 손해배상(기)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2. 3. 선고 2024가단5017710 판결, 손해배상(기)
[사안의 경과]
원고는 손해보험사이고, 피고는 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생명보험 설계사)이다.
원고는 보험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생명보험 설계사인 피고를 교차설계사로 영입하여 화재보험상품을 모집하도록 하였다.
원래 ‘교차설계사’란, 생명보험의 보험설계사가 손해보험상품을 판매하거나 반대로 손해보험의 보험설계사가 생명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정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교차모집’이 허용된다.
원고 보험사의 교차설계사가 된 피고는 화재보험상품에 가입하고자 하는 고객을 만나 화재보험을 모집하게 되었고, 해당 고객의 정보를 원고 보험사의 청약매니저에게 보냈다. 원고 보험사 측 청약매니저는 피고에게 청약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피고는 요청받은 사항을 모두 준비하여 보내주었다.
피고는 원고 측 청약매니저가 설계해 준 청약서를 받아 가지고 고객을 만나 서명을 받고 보험청약을 마무리하였는데, 보험기간 중 고객(피보험자)의 점포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원고 보험사가 손해사정업체를 통해 손해사정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당초 가입의사를 밝힌 건물 전체 면적이 아닌 일부 면적만 보험증권에 기재된 것이 밝혀졌고, 그럼에도 원고 보험사는 보험증권에 표시된 건물의 면적을 초과한 건물 부분과 그 안에 있던 재고자산의 손해에 대하여도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다.
원고 보험사는 그런 다음 교차설계사인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보험목적인 건물의 현황과 면적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보험목적인 건물의 면적 중 일부만 보험증권에 표기되었고, 따라서 교차설계사인 피고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피고의 불완전판매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 법원]은, 피고는 원고의 교차설계사로서 보험계약자를 모집하는 영업업무를 담당하였고, 원고와 보험대리점 위탁계약을 체결한 청약매니저 홍○○, 원고 소속 언더라이터인 김□□이 보험계약 설계 및 보험계약 체결 대리 업무를 담당한 사실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청약하면서 원고에게 건축물대장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피고에게 보험목적물의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보험설계를 ㅈ라못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 법원]도 제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보험모집인인 피고에 대하여 원고 주장의 의무가 있다거나 원고 주장의 사유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원고의 항소 기각!!
[간단 논평]
생명보험 설계사는 화재보험 등 손해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생명보험 상품만큼 잘 알지 못한다. 교차설계사는 생명보험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손해보험 설계사가 생명보험 상품을 모집하게 되므로 보험을 모집함에 있어서 챙겨야 할 사항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보험사에서도 교차설계사들의 보험모집을 도와주기 위해 청약매니저나 설계매니저를 두어 교차설계사가 영업을 통해 고객을 모집해 오면 보험설계와 청약을 알아서 해주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교차설계사를 통해 모집한 보험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교차설계사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책임을 교차설계사에게 지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 보험사는 당초 교차설계사가 해당 보험상품의 전문가가 아님을 알고 보험영업을 시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청약매니저까지 두고 보험영업을 하도록 한 이상 보험모집 과정에서 미비한 점이 있다는 이유로 교차설계사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상식에 반하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는 실제로는 보험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보험사가 부담하는 설명의무도 설계사가 대신 이행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보험설계사는 보험사를 위해 일하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보험업법에서는 단순히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는 사람을 보험설계사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보험설계사의 실제 역할은 보험사가 해야할 일(설명의무 등)을 대신하는 지위도 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보험사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교차설계사를 영입하고 청약매니저까지 두어 보험을 모집했으면서도 보험모집 과정에서의 잘못된 점이 있으면 그 책임을 전적으로 교차설계사에게 묻는 것은 잘못이다. 실제로 해당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청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교차설계사가 아니라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교차설계사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설계사 사이에서 다툼을 이어오던 중 보험설계사가 보험사의 배상액 감액 제안도 거절하자 보험사가 보험설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보험설계사는 보험사가 교차설계사인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지방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변호사를 선임하여 제1, 2심 모두 전부 승소한 사건이다. 억울하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