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심-원고 승소]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 9. 18. 선고 2024나67748 판결
[제1심-원고 패소]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1. 19. 선고 2021가단208219 판결
이 사건은 이 사건 보험약관의 효력 상실 조항(아래 참조)에 관하여, 제1, 2심 법원 모두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본 최초 판결이다. 다만 제1심은 보험사(피고)가 위 약관조항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본 반면, 제2심은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점이 다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효력 상실 조항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과 그 문제점]
■ 약관 규정 : 보험약관 [별표1] 보험금 지급기준표에서 정한 계약 효력 상실 조항
보험대상자(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거나 장해분류표 중 동일한 재해 또는 재해 이외의 동일한 원인으로 여러 신체부위의 합산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는 이 계약은 그 때부터 효력을 가지지 아니합니다(이하,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이라고 함).
■ 문제점
(1)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장해상태를 사망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더 이상 보험계약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생기더라도 피보험자는 여전히 생존해 있기 때문에 이를 사망 그 자체와는 동일시하여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2) 합산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되면 피보험자는 생존해 있으므로 향후 입원이나 수술 등 치료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인데, 장해지급률 80% 이상이라는 이유로 그때부터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시키면 피보험자는 정작 필요한 다른 담보(수술보장, 의료비보장, 입원보장 특약 등)를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장내용에는 ‘사망보험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병진단특약이나 수술보장특약, 질병의료보장특약, 입원보장특약, 질병입원보장특약 등 다른 보장내용도 많은데, 합산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장해상태가 생겼다는 이유로 특약에서 보장된 나머지 보장까지 한꺼번에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다.
(3) 이 사건 보험계약과 같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에 주피보험자는 물론 종피보험자도 있는 경우, 주피보험자에게 장해지급률 80% 이상 장해상태가 생겼다는 이유로 종피보험자에 대한 보험계약까지 전부 그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4) 금융감독원의 문제점 인식과 이 사건 계약 효력 상실조항 삭제
금융감독원은 2009. 12. 20.경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인 고도장해의 경우에도 피보험자는 생존해 있으므로 입원 및 수술 등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나,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소멸처리하여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고도장해 발생여부에 관계없이 피보험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에는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소멸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관련 보험약관을 개정(삭제)하도록 하여 2010. 4. 1.부터 삭제된 약관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경위]
(1) 원고(보험계약자)는 2005년 피고(보험사)와 사이에 자신의 남편(정○○)을 주피보험자, 자신을 종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는 입원상해 시 원고로 하는 유니버셜CI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그런데, 원고의 남편(정○○)은 2014. 9.경 좌측 시상 뇌내출혈, 뇌실내 출혈 등이 발생하여 서울의 큰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우측편마비, 구음장애, 연하곤란(삼킴장애) 등 일상생활기본동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후유장해가 발생하였다.
(3) 정○○는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재활을 위해 일정기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7. 8.경 손해사정사를 통하여 피고에게 입원보험금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진료기록에 의하면 정○○의 합산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에 해당한다면서 이 사건 보험약관의 효력 상실 조항에 따라 보험계약은 효력이 상실된다고 안내하였다.
(4)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그 동안의 입원보험금과 함께 장해지급률이 80% 이상에 따른 사망보험금(600만 원)을 입금하였는데, 원고는 합산 장해지급률 80% 이상일 경우에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적은 없었다.
(5) 원고는 정○○의 합산 장해지급률은 80%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피고 담당자에게 한 번이라고 병원에 직접 와서 상태를 봐달라고 요청하였지만, 피고 담당자는 진료기록으로 충분하다면서 이를 거절하였다.
(6) 원고는 그 후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어 입원한 다음 피고에게 입원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이에 응하지 않고 팩스로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이 있는 약관을 원고에게 보내주면서 보험계약은 이미 효력이 상실되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알렸다.
(7) 이에 원고는 어쩔 수 없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확인을 받기 위해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피고 주장과 같이 효력이 상실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유효임을 확인받고 싶었기 때문에 주위적으로 ‘보험계약 존재확인’ 청구를, 예비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확인청구가 각하될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금 300,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보험계약 존재확인’의 청구원인으로 3가지를 들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원고로서는 다음 3가지 주장 중 어느 하나만 인정받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존재한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① (불공정 약관 무효 주장) 이 사건 효력상실조항은 피보험자가 사망하지 않고 합산 장해지급률 80% 후유장해를 입은 경우에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바, 이는 약관규제법에서 정한 불공정 약관에 해당하여 무효다.
② (설명의무위반 주장) 이 사건 효력상실조항은 보험계약상 중요한 내용으로서 약관규제법에서 정한 설명의무의 대상인데 보험사(피고)는 이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엿으므로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③ (효력상실사유 미발생 주장)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이 유효하더라도, 피보험자 정○○의 후유장해는 합산 장해지급률 55%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한다.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고 다투면서, 특히 여러 병원의 진료기록 중 어느 한 병원의 진료기록에 합산 장해지급률이 90%라는 기재가 있으므로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은 효력을 잃었으므로 피고는 더 이상 원고에게 입원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제1심판결]
원고의 위 3가지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는데, 제2심은 원고의 위 3가지 주장 중 설명의무위반의 주장만을 인용하여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나머지 점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이하에서는 설명의무위반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이 약관의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제1심판결과 제2심판결은 모두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제2심판결은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은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해진 것을 단순히 되풀이하거나 부연한 정도의 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보험사(피고)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
이에 관하여는 제1심판결과 제2심판결의 결론이 달라졌다. 제1심판결은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 반면, 제2심판결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 것이다.
[소송 후기 및 간단 논평]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은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2010. 4. 1.부터 판매된 보험상품의 약관에서는 삭제된 조항이어서, 2010. 3. 31. 이전에 판매된 보험상품의 경우에만 문제된다.
이 사건은 문의 당시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에 관하여 그 효력 유무나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기에 여러 차례 소송의뢰를 거절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원고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다면서 계속 요청하기에 본 소송대리인이 위 사건을 수임하여 진행하게 되었는데, 제1심 진행만 2년 8개월 정도 진행하고 보니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은 문제가 많아 원고가 승소해야 마땅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삼은 주장(3가지)은 모두 배척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었는데, 제1심은 3가지 주장에 대해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본 소송대리인이 원고에게 패소하였다고 판결 결과를 알리자 원고가 맨 처음 던진 한마디는 “변호사님! 속상하시겠어요”였다. 그 동안 얼마나 신경을 써서 소송을 진행해 왔는지 원고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원고는 곧바로 항소를 제기하였고, 항소심은 첫 기일에 변론종결하였다. 결과는 원고 승소!!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은 문제가 많아 금융감독원도 보험사로 하여금 삭제하도록 한 조항이어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여 무효로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항소심은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을 무효로 보는 대신 설명의무의 대상으로 보고 피고가 설명의무을 위반하였다고 본 것이 아닐까.
원래 보험사의 설명의무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므로, 단순히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약관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는 서명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관련 약관의 내용이 적시되어 보험계약자 등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였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제2심판결이 지극히 타당하다. 아마도 이 사건 효력 상실 조항이 무효사유로도 충분하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