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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일보] 교통사고 치료 중, '정신질환' 겪다 자살... "상해사망 인정" (2019. 8. 28.자)

박기억 2019.09.14 조회 1150


교통사고 치료 중, '정신질환' 겪다 자살... "상해사망 인정"

http://www.insura.net/news/insurance/view.html?groupnum=1&news_code=102&no=50449


서울중앙지법 2019. 7. 24. 선고 2018가합594546 판결… 
박 변호사 "'단순 정신질환 자살'과 '교통사고 후 얻은 정신질환 자살' 달리 취급돼야"


보험사-보험소비자간 소송戰이 점입가경이다. 보장내용에 따라 보험금을 신청해도 약관 해석을 달리하거나 자체 자문 결과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한 성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보험금 소송'서 뜨거운 쟁점이 되는 판례를 중심으로 평석을 제공코자 한다.

국내최고 보험법 전문가 박기억 변호사가 제공하는 보험금 소송관련 판례평석이다. < 편집자 주 >

[insura] A씨는 교통사고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두통, 뇌진탕 후 증후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해, 경도 우울에피소드 등의 정신질환이 발생, 이후 스스로 목을 매 자살에 이르게 됐다.

이 경우 상해사고에 해당될까, 고의 자살사고에 해당될까.

최근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 및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가 자살한 피보험자에 대해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 사실관계 

A씨는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버스가 주행하던 중 다른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4개 또는 그 이상의 늑골을 포함한 다발골절, 비장 출혈로 인한 혈복강, 흉부 전벽의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사고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두통, 뇌진탕 후 증후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공황장해(우발적 발작성 불안), 경도 우울에피소드 등의 정신질환이 생겼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자택에서 목을 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한편, A씨는 피고인 B보험사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다음과 같은 종합보험 계약을 체결했었다.

△[기본계약] 상해사고로 사망 또는 80% 후유장해시 가입금액 지급(가입금액 3000만원) △[대중교통상해사망후유장해담보특별약관] 대중교통이용 중 교통사고로 사망 또는 80%이상 후유장해시 가입금액 지급(가입금액 3억원)이 그것.

보험 약관 중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 항목을 살펴보면, '1. 피보험자의 고의'와 '6.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하여 생긴 손해가 나열돼 있다.


■ 원고 주장의 요지  

A씨는 이 사건의 교통사고로 인해 외상후 뇌진탕 증후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불안 등의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고, 이러한 정신질환으로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됐다.

이 사건 교통사고와 A씨의 사망(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는 보험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하였을 때'에 해당된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보험자의 사망에 대하여 보험약관이 정한 바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 피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에서 A씨의 사망(보험사고)은 스스로 목을 매어 발생한 것이므로 상해의 우연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이 사건 교통사고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설령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더라도, A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A씨 스스로 목을 맨 고의 사고에 기인한 것과 동시에 A씨의 공황장애 및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그 원인이 된 바, 이 사건 보험사고는 이 사건 보험약관서 규정한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정신질환'에 기인한 사고에 해당된다.

따라서 피고는 면책되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 1심 판결 

법원은 1심 판결서 원고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판결에 의하면 A씨 주치의는, A씨가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칼로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망상장애, 공황 발작 증상 및 교감 신청 항진 증상을 보이며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감정 상태를 보여 정신과 진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증상들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A씨가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게 주치의의 의견이다.

A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C교수 역시 "A씨는 2016년 11월 4일 신경외과 진료과정서 인지기능 저하, 정신행동지체, 성격변화, 불안의 생리적 반응, 공격인 내용의 침투사고, 자살사고 등의 증상을 호소했는데, 보호자의 보고상 교통사고에 대한 재경험, 불안, 침투적 사고, 정동의 둔화 등의 증상도 동반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는 이 사건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A씨는 이 사건 교통사고 이후 순차적으로 급성 위궤양 및 역류성 식도염, 우울증, 공황장애가 발생했고 위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경과하기도 전에 자살에 이르게 됐다.

무엇보다 A씨는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으며, 되려 자살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까지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서 치료를 받는 등 자살을 결심한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이에 법원은 "위와 같은 정신질환 이외 A씨를 자살로 이르게 할 만한 다른 동기를 발견할 수 없다"며

자살이 상해사고로 인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또한 법원은 A씨가 생전에 작성한 메모 또한 지목했다.

메모에 의하면, A씨는 치료를 받아오면서 지속적으로 전신의 통증으로 인한 고통과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을 호소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칠 것 같은 망상과 다른 사람을 가해하고 싶은 충동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서 강한 자살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다.

따라서 법원은 "고통을 견디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 교통사고와 자살로 인한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 및 특별약관서 정하고 있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내지 '대중교통이용 중 교통사고'에 해당, 이 사건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결과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피고는 A씨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 피고의 면책 주장에 관해 

이 사건서 원고들이 주장하고 있는 보험사고(사망의 결과) 발생의 직접적 원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의미할 뿐 'A씨의 자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교통사고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내지 '대중교통이용 중 교통사고'(이하 위와 같은 보험금 지급의 원인이 되는 사고를 '원인사고'라고한다)의 직접 결과로 사망에 이른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피보험자의 고의나 정신질환의 사유를 원인으로 생긴 결과에 대해선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보험자의 면책사유(이하 위 사유들을 '면책사유'라고 한다)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보험계약 규정의 문언과 체계적 해석상 ①면책사유가 원인사고(가령 이 사건에 있어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 자체에 영향을 끼친 경우는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원인사고와 구별되는 다른 원인행위(가령 이 사건에 있어 A씨의 자살)의 발생에 영향을 끼쳐 그것이 원인사고와 함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반면, ②면책사유가 원인사고의 발생 자체에 영향을 끼쳐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해석 역시 가능하므로, (약관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은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보험자의 면책사유의 범위를 축소하는 위 ②항의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아울러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한다.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한다는 것은 아닌 바(대법 원 2014. 4. 10. 선고 2013다18929 판결 참조), 면책사유 중 '피보험자의 고의'가 이 사건에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서 A씨의 자살은 앞서 본 것처럼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서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는 위 면책사유를 근거로 면책될 수 없다.

또 면책사유 중 '정신질환'을 규정한 취지는, 피보험자의 정신질환으로 인식능력이나 판단능력이 약화돼 상해의 위험이 현저히 증대된 경우 증대된 위험이 현실화돼 발생한 손해를 애초부터 보험보호의 대상서 배제하려는 데에 있다.

박기억 변호사는 "A씨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질환을 갖게 됐고, 그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고가 당초 보험보호의 대상서 배제하려고 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기보다는 보험보호의 대상에 포함돼 있는 이 사건 교통사고의 위험이 직접적으로 현실화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을 고객에게 유리하도록 보험자의 면책사유의 범위를 축소해 해석하더라도 피고가 이 부분 면책사유를 규정한 취지를 잠탈(潛脫)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간단 논평 

박기억 변호사에 따르면, 성질상 상해보험에 있어서 자살사고에 대해선 사망보험금을 지급받기는 쉽지 않다. 
피보험자의 고의 면책조항 때문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면책사유로 '피보험자의 고의'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생긴 손해'도 문제다.

그런데, 보험사고에 있어 정신질환이 작용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①정신질환이 사고와 무관하게 생긴 경우와 ②교통사고와 같이 어떤 사고(상해사고)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게 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은 후자에 해당하는데, 면책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단순한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것이 아니라 교통사고라는 상해사고로 자살에까지 이른 것이므로 단순한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1심서 승소한 사례다.

박기억 변호사는 "단순한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경우와 교통사고로 정신질환을 얻고 자살한 경우는 사망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달리 취급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