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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특수건물][보험자대위] 화재보험법상 특수건물에서의 화재와 과실 있는 임차인에 대한 보험자대위권 행사 가능 여부

박기억 2021/12/06 조회 1599

특수건물 임차인의 사업장에서 임차인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그 임차인은 보험자대위의 대상이 되는 3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수원지방법원 2021. 12. 2. 선고 2020가합31879 판결(확정)

 

2017. 4. 18. 화재보험법 일부개정으로 특수건물화재 대물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이 제도화된 후 첫 판결!!

 

<사안의 개요>

 

1.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약칭: 화재보험법)은 특수건물 소유자에게 그 특수건물의 화재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 또는 다른 사람의 재물에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금액의 범위에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4).

 

2017. 4. 18. 화재보험법 일부개정으로 재물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도 특수건물 소유자에게 화재 1건마다 10억 원 한도에서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하고, 이를 담보하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의무를 부과함.

 

2. 여기서 특수건물이란 교육시설ㆍ백화점ㆍ시장ㆍ의료시설ㆍ흥행장ㆍ숙박업소ㆍ다중이용업소ㆍ운수시설ㆍ공장ㆍ공동주택과 그 밖에 여러 사람이 출입 또는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건물로서 화재의 위험이나 건물의 면적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물을 말함(화재보험법 제2조 제3).

 

3. 피고는 특수건물인 이 사건 공장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 사건 공장건물의 소유자는 보험회사인 원고와 사이에 재산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기본계약으로는 소유자 자신과 임차인(피고) 등을 피보험자로 하여 각자 소유하는 기계, 재고자산 등을 담보하는 재물보험계약을 체결하고, 특약으로 소유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특수건물 화재대물배상책임담보(가입금액 10억 원) 특약을 체결함. 그리고 이 사건 특수건물 소유자와 임차인은 각자 자신의 보험료를 납부함.

 

4. 그런데, 어느 날 새벽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피고의 공장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의 기계와 재고자산 등이 불에 타 피해를 입었는데, 원고(보험자)는 재물보험 보험가입금액 범위 내에서 건물 소유자와 피고에게 각 보험금을 지급함은 물론, 특수건물 화재대물배상책임담보 특약에 기해 피고가 입은 나머지 손해에 대하여 피고에게 가입금액인 10억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함.

 

5. 원고는 그 후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특수건물 화재대물배상책임담보 특약으로 지급한 10억 원을 다시 반환해 달라고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함. 그 근거는 상법 제682조에 기한 보험자대위권 행사!!

 

6.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화재가 피고의 과실로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화재보험법상 특수건물 화재에 있어서 보험자가 과실이 있는 피해자에게 무과실책임에 따라 10억 원 한도의 배상책임을 이행하고, 다시 그 피해자에게 화재에 대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여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라 할 것임.

 

 

<쟁점 1>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의 과실로 발생하였는지 여부

 

1. 원고(보험자) 주장 : 관할 소방서의 화재현장조사서에 의하면, 이 사건 화재는 기계적 요인(과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인데, 이는 피고회사 직원들이 이 사건 화재 전날에 퇴근하면서 배전반 차단기를 내리지 않은 과실로 인하여 공장 내 도금실 내부에 있던 시즈히터가 과열되어 발생한 것이므로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2. 피고(임차인) 주장 : 관할 소방서의 화재현장조사서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화재는 기계적 요인(과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어서 그 사실만으로 피고에게 어떤 주의의무위반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3. 법원 판단 :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함.

 

나아거 법원은 가정적으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를 보험자대위에서 정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보험자대위권 행사도 부정!! 다음 참조!

 

 

<쟁점 2> 피고(임차인)가 상법 제682조에서 정한 3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보험사)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특약에 따라 10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 규정에 따라 피보험자(건물 소유자)의 이 사건 화재 발생에 과실이 있는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대위취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으로 10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임차인)의 주장]

 

상법 제682조에 따른 보험자대위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제3자에 해당되어야 하는데, 피고는 원고와의 관계에서 피보험자에 해당될 수 있을 뿐 제3자가 아니므로 이 사건 구상금 청구는 이유없다.

 

화재보험법은 특수건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워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있는데,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자대위를 다시 허용하는 것은 결국 특수건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잘잘못을 따져서 배상여부를 결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보험금을 줬다가 뺏는것에 불과하고, 이는 화재보험법의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자대위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하면 사실상 피해자로 하여금 보험혜택을 포기시키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법원 판단]

 

설령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가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법 제682조에서 정한 3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1) 상법 제682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라 함은 일반적으로 보험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이외의 모든 사람을 가리키나, 그 구체적인 범위는 보험계약의 취지와 성격 등을 고려하여 정해져야 하고, 화재보험법상 보험자대위의 제3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도 화재보험법의 입법 목적, 특징, 보험관계의 성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2) 보험자대위에 관한 상법 제682조의 규정은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보험금액을 지급받은 후에도 제3자에 대한 청구권을 보유, 행사하게 하는 것은 피보험자에게 손해의 전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득을 주게 되는 결과가 되어 손해보험제도의 원칙에 반하게 되고 또 배상의무자인 제3자가 피보험자의 보험금 수령으로 인하여 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도 불합리하므로 이를 제거하여 보험자에게 이익을 귀속시키려는 데 있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18213811 판결, 대법원 1990. 2. 9. 선고 89다카2196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보험자대위제도의 취지인 피해자의 이중이득방지와 제3자의 책임면탈방지 또한 보험자대위의 제3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중요한 해석기준이 된다.

 

3) 화재보험법은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을 예방하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재해복구와 인명 및 재산 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바(1),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수건물의 소유자에게 그 특수건물의 화재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재물에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배상의 범위를 일정한 보험금액 이내로 제한하고 있고(4조 제1), 특수건물의 소유자에 대하여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손해보험회사가 운영하는 특약부화재보험에 가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5조 제1), 그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정하고 있다(23). 이와 같이 화재보험법은 특수건물의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부담시키면서도 실제 그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은 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에 의하도록 함으로써 특수건물 소유자의 책임 분담과 화재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만약 화재를 발생시긴 사람과 화재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 같은 경우에 화재 발생에 관한 고의가 아니라 과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보험자대위를 허용한다면, 화재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험자로부터 지급받았던 보험금을 다시 보험자에게 그대로 반환하여야 하므로, 처음부터 아무런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적어도 화재 발생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것은 앞서 본 인명 및 재산 피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라는 화재보험법의 목적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4) 화재보험법에서는 보험가입이 강제되고, 보험관계의 내용이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는 등 공적보험의 요소가 가미되이 있으므로, 화재보험법상 보험자대위의 상대방인 3를 정함에 있어서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다른 공적보험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재로 피해를 입어 보험금을 지급받는 사람에게 그 화재에 대하여 고의가 아닌 과실만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람은 보험자대위의 상대방인 3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화재보험법의 입법 목적, 특징, 보험관계의 성격에 부합한다(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13307 판결 등 참조).

 

5) 또한 화재 피해자가 고의로 화재를 발생시긴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실로 화재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그 사람에 대하여 보험자대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은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이중의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제3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면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보험자대위제도의 취지를 달성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간단 평석>

 

화재보험법상 특수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타인에 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무과실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2017. 4. 18. 화재보험법 일부개정(법률 제14829, 시행 2017. 10. 19.) 시 도입된 것이다.

 

원래 화재보험법은 특수건물 소유자의 배상책임의 범위를 타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었으나, 세월호 사고 이후 국가안전체계의 혁신 차원에서, 배상책임의 범위를 확대하여 타인에 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무과실배상 책임을 지도록 개정하였다.

 

위와 같이 타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에도 특수건물 소유자에게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 취지는, 공장이나 공동주택 등의 특수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보다 내실화하고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면책사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위와 같이 화재보험법이 개정된 후 보험자대위와 관련한 첫 판결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만약 화재보험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보험자대위를 광범위하게 허용한다면 조금이라도 과실이 있는 특수건물 피해자는 지급받은 보험금을 다시 반환해야 하므로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화재보험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 사건은 법원이 화재보험법의 입법취지를 잘 파악하여 이른바 보험금을 줬다 뺏는실무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판결이고, 보험자대위를 허용한 근거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사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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