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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에 편입된 3개의 상해보험(자기신체사고, 자동차상해, 무보험자동차 상해보험)이 실무상 가장 어려운 이유는?

박기억 2020/10/26 조회 130


보험법리가 이들 보험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

마치 럭비공과 같다고나 할까.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어서 힘든 분야~~

 

보험은 크게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나뉘고, 각각의 본질과 법리가 있다.

 

손해보험은 피보험이익이 있고 손해의 전보를 본질로 하기 때문에 중복보험, 공제(손익상계), 보험자대위 등이 허용되지만, 인보험은 피보험이익이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그러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법리가 자동차보험에 편입된 상해보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예컨대, 자동차보험에 편입된 자기신체사고보험을 보자.

 

(1) 상해보험상품으로 자동차자손보험 상품의 신설 (1979)

 

당초 자기신체사고보험이 단독상품으로 개발된 당시(1979)에는 일반적인 상해보험과 마찬가지로 사망보험금은 정액보험이었고, 중복보험이나 공제가 허용되지 않음은 물론 보험자대위는 보험약관에서 명시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니까 피보험자가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보험금이 공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험자대위도 금지되었다. 위 보험이 자동차보험에 편입(1983)되고서도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2) 손해배상금 공제조항의 등장 (1986~ )

 

그런데, 1986년 갑자기 자기신체사고보험금 지급 시 상대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대인배상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하는 약관이 신설되었다. 상해 사망보험금은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 아닌 정액보험이므로 상해 사망보험금과 가해자의 손해배상금은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상해보험의 법리에 비추어 결코 보험금 공제의 문제가 생길 수 없는 것인데, 공제 약관을 신설한 것이다.

 

그런 논리하면 생명보험에서 사망보험금 지급 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금을 공제하고 보험금의 일부만 지급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되는데 이는 인보험의 본질이나 인보험의 법리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1997년에는 더 나아가 대인배상까지 공제하는 보험약관이 추가되었다.

 

 

(3) 손해배상금 공제조항이 무효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2001)

 

그러자 1999년 위 공제약관 무효소송이 제기되었는데, 필자는 제1심에서 위 공제약관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게 되었지만(대진지법 서산지원 당진군법원 1999. 11. 09. 선고 99가소314 판결), 필자보다 몇 개월 먼저 서울에서 위 소송을 제기한 법무법인이 있었고(법무법인 화우의 전신인 법무법인 화백이 소제기), 해당 사건은 대법원까지 상고되었지만 위 공제약관은 무효가 아니라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01. 9. 7. 선고 200021833 판결(주심 손지열 대법관)이었는데, 보험 법리에 반하는 약관조항을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물론 필자가 승소한 제1심 판결도 위 관련 사건의 판결 결과에 따라 모두 패소하였다(대법원에서는 소액사건이라고 판단도 받지 못함).

 

당시 대법원은 자기신체사고보험이 개발된 경위와 배경을 무효가 아니라는 이유의 하나로 들었는데, 대법원은 우리나라에서 위 보험이 개발된 배경에 대해 엉뚱하게 이해하고 말았다. 즉 자기신체사고보험은 단독사고의 경우를 대비하여 만든 것이고 상대 차량이 있을 경우에까지 이를 담보하고자 개발한 보험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과 우리나라 제도를 혼동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자동차보험에 피보험자의 신체에 관한 상해사고를 담보하는 보험으로 '탑승자상해보험'과 '자손사고보험'을 두고 있고(이원적 구조임), 탑승자상해보험은 모든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자손사고보험은 자배법 제3조의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요건에 배상책임을 지는 가해자가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자기신체사고보험이 단독사고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단독사고에 대하여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상대 차량이 있어 상대차량 보험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어야 맞다. 하지만 위 보험은 상대 차량이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모든 경우에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위 보험은 다른 가해 차량이 있어 배상금이 지급될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고자 만든 보험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상해보험의 전형적인 형태인 운전자보험이나 해외여행자보험과 같이 상해보험은 가해자가 있든 없든 불문하고 피보험자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결과 사망하거나 후유장해를 입으면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대법원의 위 보험이 개발된 경위와 배경을 위와 같이 이해한 것은 전혀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그냥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 


가사 대법원이 이해한대로 자기신체사고보험의 개발 경위와 배경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은 보험법리나 상법 규정에 반해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을 선언한 상법 제663조에 비추어 볼 때, 보험자대위 금지 등 보험법리에 반하는 약관은 무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법리에 반하는 보험약관은 약관규제법에 따라 무효로 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손해보험은 손해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인보험은 손해 전보와는 무관하다는 것은 보험의 본질이다. 피보험이익의 지위에 관한 통설인 절대설(손해전보계약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를 유기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보험의 본질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4) 위 공제조항에 관한 무효소송 다시 제기, 그러나 설명의무위반을 이유로만 승소!! (2004년)

 

필자가 위 자기신체사고보험금 공제조항에 대하여 다시 무효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결과 제1심 패소, 2심 패소

하지만 2004년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판결을 받아 승소판결을 받기는 하였는데[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428245 판결(파기환송) (주심 이용우 대법관)], 그 이유는 위 공제조항이 무효가 아니라는 점은 2001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다만 위 공제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인데 이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으니 보험계약의 내용의 내용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함으로써 약관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승소판결이었다


위 공제조항이 무효가 아니라고 본 이유는 위 공제약관은 보험자대위 금지조항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손해보험이나 인보험에서 보험자대위 금지와 공제 금지는 같은 원리에 따라 같이 움직인다. 보험자대위나 공제가 허용되는 것은 모두 이중이득금지를 실현하기 위해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보험에서 사망보험금은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이득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따라서 보험자대위나 공제가 금지되는 것이다. 공제는 인정되는데 보험자대위가 금지되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보험의 본질 문제이다


결국 손해보험은 손해 전보를 목적으로 하지만, 인보험은 손해 전보와는 무관해서 보험자대위도 금지되고 공제도 금지되는 것이다. 다만 부상보험금의 경우에는 보험약관으로 달리 취급될 수 있을 뿐이다.

 


(5) 공제조항 계속 추가 (2004년, 2011년)

 

자기신체사고보험금 공제조항이 무효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2004년에는 정부보장사업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도 공제조항으로 추가되고, 2011년에는 배상의무자 이외의 제3자로부터 보상받은 금액도 공제조항에 추가되었다. 배상의무자 이외의 제3자로부터 보상받은 금액도 공제한다는 점에서 모든 경우를 망라해서 피보험자가 뭔가를 받으면 모두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렇게까지 보험약관을 추가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사망보험금 산정방식도 종래 정액보험금 형태에서 손해산정방식으로 변경하는 기상천외한 약관을 만들었다. 이젠 보험의 본질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생명보험금도 손해배상방식으로 바꾸어도 뭐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손해배상방식으로 바꾸면 보험금 지급 시 보험자대위는 물론이고, 공제(손익상계), 과실상계, 중복보험, 기왕증감액 등 손해보험에 적용되는 온갖 법리가 적용되어 지급되는 보험금은 거의 남아나지 않게 될 것인데누가 주도했는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6) 자기신체사고에 관한 보험자대위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2012. 12.)

 

자기신체사고에 관하여 보험금 산정방식을 손해배상 방식으로 바꾸고도 보험자대위 금지규정은 그대로 유지하였는데, 보험금 공제는 인정하면서 보험자대위를 금지하다니~~ 도대체 보험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 만든 것인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차마 상해보험에서 사망보험금 등에 대하여 보험자대위를 선뜻 허용하는 약관을 두는 것이 두려웠을 수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212월경 자기신체사고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보험자대위를 금지하면서, 다만 보험금을 보험약관의 별표1. 대인배상,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지급 기준에 의해 지급할 때는 보험자대위를 허용하는 것으로 보험약관을 개정하였다. 보험금을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 손해산정방식으로 산정하면 보험자대위가 금지되고, 보험약관에 규정된 보험금 산정방식으로 산정하면 보험자대위가 허용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이는 자기신체사고보험금 산정방식에 따라 보험자대위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이는 보험자대위의 허용근거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중이득금지)과도 맞지 않고, 양자를 달리 취급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무런 논리나 법리도 없이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위와 같이 정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여튼 위와 같이 약관 규정을 두다보니 실무상 보험금을 어떤 기준에 따라 산정하였는지를 두고 다투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자기신체사고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자기신체사고를 기초로 담보를 더 강화한 자동차상해나 무보험자동차 상해보험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다.

 

위와 같이 자동차보험에 편입된 3개의 상해보험은 그 성질이 상해보험이지만 상해보험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무상 매우 어렵다.

 

더구나 위 3개 보험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상해보험이 아니라 손해보험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학계나 실무계에서 강력하게 주장되고 있어 더 혼란스럽다. 자기신체사고 등이 자동차보험에 편입되어 있고,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이므로 자기신체사고도 손해보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시는 분은 보험법학계의 거목이신 양승규 교수님이 대표적인 분! 반면 자기신체사고의 공제약관에 대하여 문제점을 간파하고 무효라고 글을 기고하였던 분이 전주대학교 이경재 교수신데, 제대로 파악하신 것 같다.

 

이렇게 다툼이 많고 보험법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자동차보험에 편입된 위 3개 보험이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렵다보니 판례도 제각각~~

이러한 현상들을 법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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