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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2021. 2. 4.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 새로운 대법원 판결!!

박기억 2021/02/17 조회 1061

드디어 대법원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우울증 등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일응의 기준을 제시!!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281367 판결!!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던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과연 제 정신(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자살하였다고 볼 수 있나?

아니면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살할 것인가?

 

이를 둘러싸고 그 동안 재판부마다 제각각이었고, 대부분 제 정신(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자살하였다는 이유로(고의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법원 판단의 주를 이뤘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판단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판사가 하는 것이니...).

 

하여튼 이번에 새로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관련 법리]로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음.

 

<<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281367 판결 >>

 

1.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과 보험자 면책사유의 해당 여부


[관련 법리]


1)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5. 6. 23. 선고 20155378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97772 판결 등 참조).

 

2) 신체적 및 정신적, 행동적인 변화로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심한 경우는 기분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는 우울장애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의학에서는 우울한 상태란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며, 이렇게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우울삽화(Depressive episode)라고 하며,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하여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로 진단한다.

 

3)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 제5(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은 주요 우울장애에 대해서, 하루 중 대부분,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에 대해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것, 거의 매일, 하루 중 대부분, 거의 또는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뚜렷하게 저하됨 등을 포함한 9개의 인지, 행동, 신체적 증상을 제시하면서, ‘또는 가 포함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이전의 기능 상태와 비교할 때 변화를 보이는 경우라고 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하나의 증상으로 포함되어 있고, 한편 계절성 동반의 주요우울장애에 대해 주요우울장애에서 주요우울삽화의 발병과 한 해의 일정한 기간 사이에 규칙적인 시간관계가 있을 것 등의 진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4)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DSM-5에서 언급한 증상의 개수 등을 고려하여 우울장애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울병 에피소드가 뚜렷하며 의기소침, 특히 자부심의 소실이나 죄책감을 느끼고 자살충동이나 행위가 일반적이며 많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를 고도(중증)로 보고 있다.

 

5) 위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하였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되었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 만약 법원이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관련 법리를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원심은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및 그 바탕에 있는 의학적 판단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재 망인이 자살할 무렵 주변 사람들에게 겉으로 보기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거나 충동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자살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을 내세워 망인이 우울증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후,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보험자 면책조항이 적용된다고 보아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를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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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동안 이에 반한 판결을 보자면...

 

<진료기록감정 및 사실조회 결과에서 우울증이 자살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회신한 사건에서 법원이 이를 배척한 대표적인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18. 선고 20178837 판결)


우울증이 80% 정도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의의 회신과 관련하여 자살충동을 우울장애의 정신병리에 의해 피동적으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 모든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면, 우리 상법 및 대부분의 보험약관이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의 정형적인 경우인 자살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아무런 실익이 없게 되므로,

 

진료기록감정 및 사실조회 결과에서 우울증이 자살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회신되었고, 나아가 직무수행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아 순직처리 되었다고 하더라도 독립적인 고의 자살을 면책사유로 둔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원고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 기각!!


앞으로는 대법원이 설시한 위 법리가 억울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듯!!



<간단 논평> (추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자살에 고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보험자 면책사유로서의 고의는 매우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은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하여는 위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보험자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12495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49234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70540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6857 판결 등 참조).

 

즉 보험자가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부싸움 중 극도의 흥분되고 불안한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사망한 경우, 위 사고는 보험약관상 보험자의 면책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49713 판결),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술에 취한 나머지 판단능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에서 신병을 비관하는 넋두리를 하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린다는 등의 객기를 부리다가 마침내 음주로 인한 병적인 명정으로 인하여 심신을 상실한 나머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안도 역시 고의성이 없다고 보아 사망보험금 지급대상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776696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은 고의의 인정범위를 매우 좁게 보고 있는데,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경우는 그렇지 않아 문제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가 자살에 이르는 것은 질병 때문인 것이지 본인 의지로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상당 부분 그렇다는 얘기다. 위 하급심 판결에서처럼 우울증이 80% 정도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의의 회신을 보면 더욱 그러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상당 수 판결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의 자살을 고의에 의한 자살로 보고 보험사 면책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피보험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유족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피보험자가 죽지 않고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였다는 굴레를 씌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죽음의 책임을 피보험자에게 지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의 자살은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자살에 이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많은 재판부가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에 대하여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자살이 많아질 것이라거나 보험회사의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보험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보험사고 해당성은 그 자체로 해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보험금 지급이 많아질 것을 우려하여 조절할 것은 아니다.

 

고의 자살을 면책사유로 둔 취지는 피보험자가 제 정신인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그러한 경우에까지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 이는 사고의 우연성에 반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것이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충동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을 면해 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에 대하여도 고의 면책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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