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법리와 손해배상의 법리가 결합된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1가합598456 판결 [보험금]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보험사)와 자동차상해특약을 포함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자동차상해특약의 가입금액은 사망(인당) 5억 원, 부상(인당) 5천만 원, 장애(인당) 5억 원임. 원고는 어느 날 한적한 시골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도로 옆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였고, 그 사고로 인하여 우측 슬관절 후방 십자인대파열 등의 상해를 입게 됨.
원고는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수술 등을 받고 어느 정도 치료를 마친 다음 후유장해진단서를 받아 피고(보험사)에게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청구함. 그러자 피고는 원고로부터 관련 진료기록과 MRI 자료 등을 받아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료자문을 요청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원고의 계좌로 보험금을 입금함.
원고는 피고가 의료자문을 받아 산정한 보험금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으면 소송을 제기하라는 취지로 안내하였고, 이에 원고는 추가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함.
[쟁점1] 보험사 자문의는 맥브라이드표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의 1/3만 인정하였는데, 타당한가?
(1) 피고의 의료자문과 일방적인 보험금 지급
원고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 보험사는 원고로부터 진료기록과 MRI 등을 받아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료자문 회신을 받았는데, 보험사 자문의는 원고의 우측 슬관절 MRI 소견상 우측 슬관절 후방십자인대 급성 파열 소견 보이며, 거의 완전 파열 형태이고, 위 이상 소견은 동건 교통사고와 인과관계 있으며 사고 관여도는 100%라고 하면서도, 맥브라이드 장해평가법상 장해율 및 장해인정기간은 일반적인 예후에 의하면 예상되는 장해는 슬관절 십자인대 파열항 Ⅳ-1 29%의 1/3인 9.7% 영구장해에 해당한다고 회신함.
그러자 피고 보험사는 자문의의 의료자문회신에 따라 보험금을 산출하여 이를 원고의 계좌로 보험금(2,600여만 원)을 입금해 버림.
(2) 원고의 신체감정신청
원고가 소제기 전에 개별적으로 받은 후유장해진단서에 의하면, 원고의 장해는 맥브라이드식 장해평가표상 슬관절 Ⅳ-1에 해당하여 노동능력상실율이 29%라는 것이었는데,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으니 신체감정을 받으라고 요구함.
이에 원고는 신체감정을 신청하고 법원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신체감정을 받았는데, 신체감정의는 원고의 우측 슬관절은 동요장해 Ⅳ-1에 해당하고, 동요상태가 10㎜ 이상으로 노동능력상실율이 29%라고 감정함.
국민연금공단도 장애심사 결정내역서에서 ‘방사선 영상자료 상 우측 무릎관절에 후방 10㎜ 이상의 관절동요가 있는 상태로 확인된다’고 판단함으로써 신체감정결과와 동일한 결과를 인정함.
(3) 피고 보험사의 대응
신체감정결과에 대하여 피고 보험사는 원고에 대한 신체감정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하였지만 법원이 이를 채택하지 아니함.
그러자 피고 보험사는 3개월 보름 정도 지난 후에 원고의 기왕병력을 확인하겠다면서 10개의 보험사에 대하여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였는데, 이는 각 보험사가 과거에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내역이 있는지, 있다면 진단서와 보험금 산출내역 등 관련 정보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임.
이에 따라 일부 보험사가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회신하였는데, 그 내용을 종합하면 10여년 전에 원고에게 요추1번 압박골절, 좌측 족관절, 좌측 슬관절 후방 십자인대파열 등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는 것임.
그러자 피고 보험사는 원고의 기왕장애에 따른 여러 부위의 노동능력상실률은 67.28%이고, 따라서 원고의 잔존 노동능력은 32.72%이므로, 여기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우측 슬관절에 대한 노등능력상실률 29%를 적용하면 최종적으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은 9.48%[= (100 – 67.28%) × 29%]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하기에 이름. 이는 당초 피고 보험사 자문의가 원고의 맥브라이드표에 따른 노등능력상실률 29%의 1/3만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주장과는 또 다른 주장임(이는 쟁점2에서 다루기로 함).
그러면서 피고 보험사는 다시 원고의 신체감정에서 원고의 기왕증이 반영되지 않았다거나 동요상태 측정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변론재개신청과 함께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는데 법원은 사실조회신청은 채택하지 아니함(신청사유가 설득력이 없음).
(4) 원고의 반박 요지
당시 원고는 피고 자문의의 회신은 맥브라이드 장해평가의 기본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피고의 주장을 반박하였는데, 원래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에서는 슬관절의 인대파열로 동요가 발생했을 경우 그 정도에 따라 고도(8㎜ 이상), 중등도(5~7㎜), 경도(3~4㎜)로 구별하여 각각 29%, 29%의 1/2, 29%의 1/3에 해당하는 장해율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음.
그런데 보험사 자문의는 원고의 우측 슬관절의 동요가 ‘8㎜ 이상’(9.6㎜)임을 확인하였으므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율은 29%라고 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예후에 의하면~’이라는 이유를 달아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상의 노동능력상실율(29%)의 1/3(9.7%)만 인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함.
(5) 법원 판단
결국 법원은 보험사 자문의의 자문회신을 따르지 않고, 신체감정결과 등에 따라 노동능력상실률을 29%로 인정.
[쟁점2] 자동차상해보험의 경우, 기왕의 장해는 보험금 산정 시 제외해야 하는지 여부
(1)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자동차보험약관 <별표3>에 의하면 기왕증으로 인한 손해는 보장되지 않는데,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좌측 족관절 등에 기왕장애가 있어 기왕장애에 따른 노등능력상실률은 67.28%이고, 이를 반영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은 9.48%라고 주장.
(2) 원고의 반박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우측’ 슬관절을 다쳤고, 피고가 말하는 기왕의 장해는 10년 전에 ‘좌측’ 슬관절 등을 다친 것이어서 부상 부위가 서로 다르다는 점, 기왕의 장해율과 기왕증 기여도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피고가 주장하는 것은 기왕의 장해율에 관한 것이어서 이 사건에 적용할 것은 아님에도 이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기왕의 장해율’과 ‘기왕증 기여도’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원래 자동차상해보험은 인보험의 일종이어서 자동차상해보험금을 산정함에 있어 공평의 원칙상 인정되는 과실상계의 법리나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하여 피해자 측 요인을 참작하는 손해배상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점,
자동차상해 특별약관에도 한도액 범위 안에서 보험금 지급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산출하도록 하고 당사자의 과실 유무나 피해자 측 요인 등을 참작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보험자인 원고에게 체질적 요인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자의 책임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반박.
(3) 법원 판단
① 이 사건 보통약관 <별표 3>은 이 사건 특별약관 및 이 사건 지급기준에서 정한 실제손해액 산정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닌 점,
② 이 사건 지급기준에서는 실제손해액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사고 당시 현실소득액을 기준으로 실제손해액을 산정하는데, 피고와 같이 노동능력상실률을 계산할 경우 위와 같은 문언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산정한 현실소득액을 다시 기존의 모든 장애를 반영하여 계산하게 되어 부당한 점,
③ ‘기왕의 장해율’, 측 사고 이전에 이미 기왕증이 있었던 경우에 그 기왕증으로 인한 노동능력상실의 정도와, ‘기왕증의 기여도’ 즉 사고와 피해자의 기왕증이 경합하여 피해자에게 후유증이 나타난 경우에 기왕증이 후유증이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정도는 구분되어야 하는 점(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다5224 판결 등 참조),
④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기존 장애는 이 사건 후유장애 부위(우측 후방 십자인대)와 무관한 부위인 점,
⑤ 신체감정의도 이 사건 후유장애로 인한 원고의 노동능력상실률을 29%로 계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지급기준 중 피고가 위에서 제시한 부분이 ‘사고 발생 전에 후유장애가 있다면 기존의 모든 후유장애를 복합장애로 인정하여 노동능력상실률을 계산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는 않는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재판 후기]
이 사건은 2021. 5. 27.에 소송을 제기하여 2024. 4. 4.에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제1심만 대략 2년 10개월이 걸렸는데, 처음에는 원고 본인이 혼자서 소송을 수행하다가(원고 본인이 법무법인 등에서 손해배상 사건을 담당하는 분임) 1년 3개월이 지난 무렵에 박기억 변호사에게 위임을 한 사건임.
위 판결로 원고는 당초 피고 보험사가 자문의의 의료자문을 얻어 원고에게 입금한 보험금(2,600여만 원)보다 10배 이상 받은 2억 8,000여만 원(판결 원금 2억 5,000여만 원 + 지연손해금)을 받았는데, 이는 위와 같이 보험금 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쟁점들에 관하여 원고의 주장이 모두 반영되었기 때문임.